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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e

🧠 돌봄 경제와 여성 노동 – ‘사적 영역’에 갇힌 노동을 경제로 끌어올리다

by doubleidea 2025.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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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경제(care economy)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고령화, 저출산,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 등 사회 구조가 변하면서, 돌봄은 이제 단순한 가사노동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함께 감당해야 할 ‘인프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돌봄노동은 여전히 여성에게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으며, 이로 인해 경력단절, 저임금, 고용 불안정 등 구조적 문제가 고착화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돌봄경제와 여성 노동 사이의 상관관계를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역사적 배경부터 현재의 정책적 현실, 개선을 위한 제안까지 구체적으로 짚어본다.


🔍 돌봄은 왜 여성의 일이 되었을까?

돌봄노동이 여성의 몫으로 여겨지게 된 것은 단순한 우연이나 능력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이는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사회문화적 통념과 제도적 설계의 결과다.

한국 사회는 유교적 가족 중심 문화를 기반으로, 돌봄을 ‘가족 내에서 해결해야 할 일’로 간주해왔다. 그리고 그 가족 내의 돌봄 책임은 대부분 여성이 맡는 것으로 ‘정해진’ 구조였다. 어머니는 아이의 주양육자로, 딸은 부모님의 간병 책임자로, 아내는 배우자의 보호자로 여겨져왔다.

이러한 역할 고정은 법적·제도적으로도 뒷받침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과거 남성 위주의 생계부양자 모델을 전제로 설계된 국민연금, 고용보험, 가족수당 등의 정책은 여성을 ‘피부양자’로 설정하면서 돌봄에 대한 여성의 역할을 더욱 강화시켰다.


🧾 현실이 보여주는 숫자들 – 여성 노동과 돌봄의 이중구조

1️⃣ 경력단절 여성,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2023년 기준, 경력단절 여성 수는 약 145만 명에 달하며,
이 중 74%가 ‘육아’ 또는 ‘가족 돌봄’을 이유로 일자리를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출산 후 2년 내 경력 복귀율은 45%에 불과하고,
돌아간다 하더라도 동일 직무, 동일 연봉으로 복귀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경력단절의 시간은 단순한 ‘공백’이 아니라, 소득 손실, 승진 기회 상실, 사회적 관계 단절을 의미한다.


2️⃣ 무급 돌봄노동, 통계에 잡히지 않는 ‘그림자 노동’

통계청의 2022년 기준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여성은 하루 평균 3시간 23분을 무급 돌봄노동에 사용,
반면 남성은 48분에 그쳤다.

이는 여성 1명이 연간 약 1,000시간 이상의 무급 노동을 수행하고 있다는 뜻이며,
이를 최저시급(2024년 기준 9,860원)으로 환산하면 연간 986만 원 상당의 무급 노동이 존재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 노동은 GDP에도 포함되지 않고, 사회적 보상도 없다.


3️⃣ 돌봄 관련 직업의 85% 이상은 여성

돌봄경제가 확대되면서 요양보호사, 보육교사, 활동지원사 등의 직종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 일자리의 대부분은 여성에게 집중되어 있다.

직군 여성비율 평균월급 비고 자료
요양보호사 91.2% 200만 원 내외 대부분 비정규직, 방문형 많음 22년 국민건강보험공단'장기요양기관종사자현황'
보육교사 97.6% 210~240만 원 민간 어린이집 처우 열악 22년 보건복지부보육통계
아이돌보미 100% 시간당 1만~1.2만 원 이동 시간, 대기시간 미보상 21년 여성가족부아이돌봄서비스연차보고서

여성은 가정 내에서 돌봄을 수행할 뿐 아니라,
노동시장에서도 돌봄을 ‘저임금’으로 제공하는 이중 구조 속에 있다.


🔍 돌봄노동이 저평가되는 이유

돌봄노동은 인간의 생존과 존엄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일임에도,
왜 이렇게 낮은 평가를 받는 걸까?

▪ “생산성이 없다”는 오해

돌봄은 물건을 생산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을 유지하고, 사회를 지속시키는 생산적 활동이다.
아이를 키우고, 어르신을 돌보는 일은 다음 세대의 준비와 현재 세대의 안정 그 자체다.

▪ ‘여성의 본능적 역할’이라는 편견

돌봄은 흔히 '여성의 본능', '엄마의 사랑'으로 포장된다.
하지만 돌봄은 전문성이 필요한 노동이며, 감정과 육체를 모두 소모하는 고강도 업무다.

▪ 시장화가 어려운 노동

돌봄은 표준화, 자동화, 외주화가 어렵다.
이는 수익성을 중시하는 시장경제 논리에서는 매력적이지 않게 보일 수 있지만,
그렇기에 국가와 사회의 개입이 절실한 분야이기도 하다.


🌍 해외는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 스웨덴: 돌봄의 완전한 ‘사회화’

  • 남성과 여성 모두 육아휴직 480일 분할 사용 가능 (아버지 최소 90일 의무 사용)
  • 보육은 지방정부가 직접 운영, 저렴하고 품질 높은 서비스 제공
  • 노인 돌봄 역시 공공 방문요양 중심, 가족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음

→ 그 결과, 여성의 경력단절 비율이 매우 낮고, 돌봄이 여성에게 집중되지 않음.


🇯🇵 일본: 지역이 돌봄의 중심이 되다

  •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을 도입해, 노인 돌봄을 지자체 주도로 통합 운영
  • 병원, 요양시설, 주거, 커뮤니티가 연계되어 돌봄망 형성
  • 가족 돌봄 부담은 여전히 존재하나, 지역사회가 일정 부분 분담

→ 한국과 유사한 가족 중심 문화를 지녔지만, 행정 단위에서 제도화를 통해 부담을 분산하고 있음.


🇨🇦 캐나다: 무급돌봄에 대한 ‘보상’의 시작

  • 장기 간병 가족에게 Caregiver Benefit 형태로 보조금 지급
  • 가족 구성원이 요양보호사를 고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일부 지원
  • 무급 돌봄 시간을 노동시간으로 인정하는 제도 논의 중

💡 한국의 돌봄정책, 무엇이 부족한가?

한국은 최근 몇 년 사이 돌봄 정책을 확대해왔지만,
아직도 돌봄의 중심은 ‘가족’, 그 중에서도 ‘여성’이다.

문제점 구체적내용
제도 분산 보건복지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등 부처별 정책 이원화
지역 불균형 대도시는 서비스 과잉, 지방은 부족 현상
민간 의존도 과다 어린이집, 요양시설의 상당수가 민간 운영
노동 처우 미비 시간제, 계약직 중심 / 산재보장도 불충분

✅ 해결을 위한 5가지 제안

  1. 돌봄노동의 ‘가시화’ → 통계와 제도 반영 강화
    • 무급 가사·돌봄노동을 사회적 생산으로 인정
    • 정책 수립 시 돌봄 시간·비용을 실측해 반영
  2. 남성의 돌봄 참여 확대
    • 육아휴직 ‘권리’가 아닌 ‘의무’로 전환
    • 돌봄 참여 기업에 세제 혜택 제공
  3. 돌봄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 강화
    • 최저임금 이상 보장
    • 정규직 전환 인센티브 제공
    • 직무 교육 → 전문성 강화
  4. 지역 중심 통합 돌봄 플랫폼 구축
    • 읍면동 단위의 ‘통합돌봄센터’ 확대
    • 마을 커뮤니티 기반 협력 돌봄 체계 도입
  5. 돌봄경력 인정 제도 도입
    • 경력단절 여성의 돌봄경력을 공식 경력으로 환산
    • 공공기관, 기업 채용 시 가점 제도화

돌봄은 더 이상 ‘여성의 일’이 아니다

돌봄은 모두가 함께 나눠야 할 사회적 책임이며,
더 나아가서는 국가가 가장 먼저 관리하고 투자해야 할 경제의 핵심 분야다.
여성의 희생 위에 세워진 돌봄경제는 오래가지 못한다.
지속 가능하고 공정한 돌봄경제를 만들기 위해선,
지금 우리가 돌봄의 성별화를 해체하고, 돌봄을 ‘노동’으로, ‘가치’로, ‘인프라’로 인정해야 할 때다.